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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어휘의 하루

하루의 일과를 정리해 보는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하루는 늘 어휘와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어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합니다. 언어라고 말해도 되겠지만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어휘라는 표현이 좋습니다. 어휘는 말의 묶음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어휘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휘는 인간이고, 삶이고, 우리의 생각입니다. 어휘의 하루를 살펴볼까요?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해가 일찍 뜨는 하지가 가까워지니 새벽에 눈을 뜨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새벽’이라는 말은 해와 관련이 있는 말로 보입니다. 햇빛이 창틈으로 들어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해가 밝아지는 때가 새벽입니다. 새벽의 ‘새’는 해와 관련이 됩니다. ‘새롭다’는 말도 해와 관련되는 말로 보입니다. 해가 뜨면 모든 게 새로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새롭습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새다’라는 표현에서 ‘새’도 해와 관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는 새와도 관련이 됩니다. 새롭다는 의미로 해를 쓰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햅쌀, 햇곡식, 햇것’은 모두 올해 새로 나온 것을 의미합니다. ‘햇병아리’라는 표현에서도 ‘해’는 새로움을 의미합니다. 해가 흰색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실 ‘희다’라는 말도 ‘해’에서 온 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해오라기’라는 새는 흰 새입니다.   아침이라는 말도 재미있는 말입니다. 아침밥이라고 하지 않고, ‘아침을 먹는다’고 표현하면 놀라는 외국인도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해 보면 어색함을 알 겁니다.     저녁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을 먹었냐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낮은 안 먹는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하루에 두 끼만 먹는 습관을 반영한 게 아닌가 합니다. 낮이라는 말 대신에 점심이라고 하는데, ‘점심(點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불교에서는 배고플 때 조금 먹는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딤섬’을 한자로 쓰면 점심인 점도 흥미롭습니다. 딤섬으로 배부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이 사이에 음식을 먹습니다. 그것을 참이라고 합니다. 사이에 먹는다고 해서 새참이라고 합니다. 일을 많이 하면 새참을 여러 번 먹기도 합니다. 저녁을 먹고도 배가 고프면 밤에 군것질을 하게 됩니다. 그때 먹는 것을 ‘밤참’이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야식’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밤참이나 야식이나 배 둘레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유혹 그 자체입니다.   잠자리에서는 특별히 먹지는 않습니다만, 물을 마시기는 합니다. 어른들은 자다 깨면 물을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준비해 두는 물을 ‘자리끼’라고 합니다. 부모님의 잠자리에 자리끼를 준비해 드리는 것은 효도의 시작입니다. 효도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효도는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옵니다.     어휘 이야기로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놀라는 일도 있습니다. 우리말에 외래어, 외국어가 정말로 많이 쓰인다는 점입니다. 하루 종일 외래어 홍수 속에서 삽니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샤워를 합니다. 물론 샴푸와 린스가 필요하죠. 드라이를 하고, 티셔츠를 입고,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를 마십니다. 티브이를 보고, 노트북을 들고,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외래어의 홍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어휘로 시작해서 어휘로 끝나는 하루입니다. 어휘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하루가 참 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어휘 어휘 이야기 사실 어휘 외래어 홍수

202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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